. 서론

 

최근 활용되는 새로운 화학물질의 종류가 급속하게 증가하고 화학물질의 사용량이 빠르게 증대됨에 따라 세계 각국에서는 화학물질 사고를 대비하기 위해 규제법제를 도입강화

나노와 같은 신소재산업에서 필수적인 화학물질은 인체에 대한 치명적 위험 또는 환경에 대한 위협으로 인해 사회적 경각심 야기

각국 정부는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화학물질 사고를 예방하고 대응하기 위해 화학물질 안전관리체계를 마련하고 규제 강화

 

우리나라 화학물질 관련 규제는 환경부, 고용노동부, 행정안전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여러 부처에 나뉘어 관리되어 복수의 규제기관이 중복적으로 규제함에 따라 규제비용 증가 우려

환경부 소관법률로는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이하 화학물질등록평가법’), 화학물질관리법(이하 화관법’), 생활화학제품 및 살생물제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화학제품안전법’)을 통해 제품 및 생활 속 화학물질을 관리

고용노동부 소관법률로 산업안전보건법을 통해 산업용 화학물질을 관리

산업통상자원부에서는 고압가스 안전관리법을 통해 고압가스를 규제하고, 행정안전부에서는 위험물안전관리법을 통해 위험물을 관리

 

2021년도 화학물질등록평가법화관법의 중소기업에 대한 유예기간 종료로 중소기업에 대한 환경규제 적용이 본격화됨에 따라 이러한 중복규제는 중소기업의 규제부담을 더욱 증가시킴

중소기업은 규모의 경제원리가 작용하여 규제 순응과 이행에 있어서 규제적응역량이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

이러한 기업의 규제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정부는 최근 화관법을 개정하여 장외영향평가와 위해관리계획을 화학사고 예방관리계획서로 통합하고 심사절차를 일원화함

 

본 연구에서는 화학물질 관련 규제에 대한 중복규제를 제로베이스에서 검토하여 중소기업의 규제순응력 제고를 위한 개선방안을 마련하고자 함

4개 부처, 6개 법률에 포함된 화학물질 관련 등록규제를 조사하여 행정규제기본법 시행령에 따라 분류 후 규제내용의 중복성 검토

화학물질 관련 중복규제 해소를 위한 규제 거버넌스 제안

 

 

. 중복규제와 중소기업의 규제부담

 

중복규제(regulatory overlapping)는 법적 개념으로 확립되지 않았지만 일반적으로 하나의 규제대상에 대해 복수 또는 다수의 법규 혹은 규제기관이 존재하는 것을 말함

중복규제는 동일한 내용에 대한 보고의무가 복수의 기관에 이루어지거나 내용의 측면에서 반복적으로 검사 및 심사가 발생하거나 혹은 규제내용의 상충 등을 들 수 있음

중복규제의 유형으로는 중앙부처 간 중복되는 경우인 수평적 관계 유형과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및 기관 간에 중복되어 집행되는 유형으로 나뉠 수 있음

- 또한 피규제자에 대해서 기준이 동일한지 혹은 상이한지에 의해서도 유형이 나뉠 수 있음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기업의 규모에 따른 규제순응비용 역진성 때문에 동일한 규제라도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규제부담으로 작용

중복규제는 기업에 대해서 반복적인 감독 및 중복적인 데이터 수집을 통해, 실제로 비용부담을 가중시키며, 무엇보다 기관이 일관성 없는 규제를 집행하는 것이 큰 문제

특정 규제기관으로 인한 산업 또는 시장에서의 중복규제의 발생은 규제의 중복으로 인한 효율성 감소, 규제비용과 부담의 증가 야기

 

 

중복규제는 유사한 규제에 대해서 다수의 규제기관의 관할권이 중복되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할 수 있음

중복규제는 부처 간 경쟁을 통해 규제의 관할영역에 대한 중첩 또는 중복으로 인하여 발생

 

규제법령이 증대됨에 따라 관할 규제기관이 증가하고, 유사한 업무를 복수의 정부부처가 관여함으로써 부처 간 경쟁 및 갈등 야기함

 

중복규제와 관련하여 국내외 다양한 선행연구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왔음

중복규제의 비효율성과 과도한 부담을 야기한다는 부정적 영향을 논의한 국내외 다양한 선행연구들이 있음

 

중복규제의 긍정적 효과에 대해 살펴본 연구도 있는데, Aagaard(2011)의 연구에서는 환경보호청과 산업안전보건청의 사례를 통해서 중복규제의 긍정적인 효과에 대해서 살펴보고 있음

 

 

. 우리나라 화학물질 규제법제

 

현행법상 화학물질은 유해화학물질’, 공정안전보고서 작성대상 유해위험물질’, ‘고압독성가스’, ‘위험물등으로 구분되어 위험물질로 통칭되어 관리됨

2014년까지 국내의 화학물질 전체를 관리하고 유해화학물질을 관리하던 유해화학물질관리법이 폐지됨에 따라 화학물질등록평가법과 화관법을 통해 화학물질 및 위해화학물질 규제

우리나라 유해화학물질 규제를 연혁적으로 구분한 연구(정호경, 2016)에 따르면 독극물 중심의 관리기”, “유해성 중심 관리기”, “선진화기반 마련기”, “위해성 화학물질의 개념 도입기”, “전주기 위해성 관리 기반기”, “사전예방적 위해관리 실현기등으로 구분될 수 있음

유해법이 신규화학물질 위주로 유해성 평가를 하였기 때문에 유해법제정 이전부터 유통되고 있는 기존물질 관리에 규제 공백 발생

화학물질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화학사고를 사전에 방지하여 궁극적으로 화학물질의 위험으로부터 국민건강 및 환경을 보호하려는 입법의도로 기존의 유해법을 폐지하고 화관법을 제정함

 

2013화학물질등록평가법제정을 통해 국내시장에 진입하는 화학물질 등록을 비롯하여 유해성 또는 위해성 확인, 유해물질 지정 등으로 이어지는 절차를 마련하여 화학물질에 대한 포괄적인 사전규제체계를 수립함

ㅇ 「화학물질등록평가법유해법과 비교할 때 유해성의 심사대상을 신규화학물질에서 기존화학물질까지 확대하였다는 점에 의의

ㅇ 「화학물질등록평가법에 따라 화학물질을 제조수입하려는 자는 등록신청자료를 제출하여 소관부처에 등록의무 부담

 

2019생활화학제품 및 살생물제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화학제품안전법’)을 제정하여 생활화학제품의 위해성(危害性)평가, 살생물물질(殺生物物質) 및 살생물제품의 승인, 살생물처리제품의 기준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여 생활화학제품의 관련 규정을 통합하고 관리체계 기반 강화

ㅇ 「화학물질등록평가법에서 규정해 오던 위해우려제품 관리에 관한 사항을 화학제품안전법으로 이관하여 안전확인대상생활화학제품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관리대상 범위를 가정용에서 사무실, 다중이용시설에서 사용하는 제품으로 확대

 

 

. 현행 화학물질 관련 규제현황과 문제점

 

급격한 산업발전과 함께 화학물질 사용이 급증하였고 화학물질 관련 사고가 지속적으로 문제되어 오자 이를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화학물질 관련법령을 각 부처별로 제정개정

특히 2012년 구미 불산사고와 2013년 삼성전자 불산누출사고의 경우 모두 사업장에서 발생하였지만 피해가 지역으로 확산되어 화학물질 사고가 안전보건문제에서 환경문제로 발전

 

현행법상 화학물질은 유해화학물질’, ‘공정안전보고서 작성대상 유해위험물질’, ‘고압독성가스’, ‘위험물등으로 범주화되어 관리되고 있음

현행법상 화학물질 등은 화학물질등록평가법, 화학물질관리법, 생활화학제품 및 살생물제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환경부), 산업안전보건법(고용부), 고압가스 안전관리법(산업부), 위험물안전관리법(소방청)으로 4개 부처, 6개 법률로 분산되어 관리

 

❏ 「산안법의 공정안전보고서와 화관법의 위해관리계획서 및 장외영향평가서가 보고내용의 구성 및 분류 항목의 중복성이 화학사고 예방관리제와 관련하여 문제점으로 남아있음

20214월 시행 예정인 개정 화관법은 의무사업장과 제출서류의 중복성을 해소하기 위해 유해화학물질 화학사고 장외영향평가서위해관리계획서화학사고 예방관리계획서로 통합하여 피규제자의 규제부담 완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업장의 화학물질에 관해 화관법상 화학사고 예방관리계획서와 산안법상 공정안전보고서와의 중복성 문제로 인해 피규제자에게 부담될 수 있음

 

본 연구에서는 화학물질을 규제하는 각 법령별 등록규제를 중심으로 규제현황을 분석 한 후 중복규제 현황을 파악

 

. 화학물질 관련 중복규제 해소를 위한 정책제언

 

앞에서 논의한 바와 같이 화학물질은 4개 부처, 6개 법률로 구분되어 다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이를 사용하는 기업의 경우 6개 법률의 적용을 받고 4개 부처 관리를 받음

이외에도 여러 법령 간 중복 가능성이 있는 행정조사 및 행정부담, 각 제도 간 평가항목의 유사성, 협의절차 그리고 시기의 중복성 등을 고려할 때 제도의 효율조정방안이 필요

 

중복규제 국내 주요 개선사례를 살펴보면 인허가 및 각종 신고절차 간소화, 계획 승인 시 의제처리 대상 확대, 중복적 행정조사지도감독의무교육의 간소화, 중복적 심의승인의 완화, 법 취지를 살린 탄력적 운용, 중복제재의 개선 등으로 유형화할 수 있음

201911월 정부는 규제기관의 중복이라는 중복규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환경부와 고용노동부는 장외영향평가서, 위해관리계획서, 공정안전보고서에 대한 중복 제출심사를 간소화함

 

미국과 영국 그리고 주요 국가의 중복규제 사례는 다양한 양상을 보이고 있음

미국의 금융 부문 중복규제 사례에서는 명백하게 복수의 규제기관이 피규제자에 대해서 규제행위를 집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복잡한 규제구조와 권한 중복에 따른 책임의 분절화와 중복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

영국의 경우 보건부와 관련된 중복규제 문제에 대해서, 이를 개선하기 위한 규제개혁 어젠다의 개발을 추진하였음

- 국가 보건 서비스의 일원인 NHS재단트러스트는 동일한 내용에 대한 여러 규제기관의 중복적인 정보 요청으로 인해 25개 관련 기관 직원들이 동일한 이슈에 대해 여러 보고서를 작성하는 사례 등이 발생하였음

- 일선(front-line)에서의 데이터 요청 감소 및 개선, 관료주의의 개선, 이해당사자와의 협력 증진 등에 대한 내용을 포함한 ‘Cutting Bureaucracy for Our Public Services’20076월 도입하였으나, 규제기관의 중복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다루지 않았다는 한계 존재

영국은 셰일가스 환경 규제와 관련하여 규제기관 간 협력을 통해 통합적인 규제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는 시스템 마련

- 셰일가스 산업의 규제를 소관하는 3개의 규제기관(환경청, 보건안전청, 오일과 가스국)이 셰일가스 환경 규제기관 그룹(virtual Shale Environmental Regulatory Group)이라는 단일창구(single-entry point)를 통해 규제집행의 일관성 확보

 

중복규제의 해소를 위해 규제기관 간 조정 그리고, 규제 거버넌스의 형성이 중요함

중복규제는 규제기관 간 갈등에서 비롯되므로 규제기관 간 조정(coordination)과 통합(consolidation)을 통해 규제의 기능을 점검하고 조정함으로써, 필요한 경우에는 관련된 내용을 통합할 필요가 있음

영국의 셰일가스 환경 규제기관 그룹 사례는 규제기관 간 협력을 통해 셰일가스 관련 규제 단일창구를 통해 규제집행의 일관성 확보 및 피규제자의 혼선 방지

규제개혁은 정부의 규제정책에 대한 개선을 통해 고품질의 규제를 제공하는 과정을 의미하며, 이 과정에서 중복규제 문제의 해소 또는 완화에 대한 내용이 중요하게 인식될 필요가 있음